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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빛

여름이 가기도 전에 하늘 높이 맴돌고 있는 고추잠자리는 세월의 흐름을 재촉하고, 먹구름 사이로 가끔 드러나는 해님의 야릇한 미소는 가득이나 습한 우리의 일상을 비웃듯 우리를 심통나게 한다. 이 때 우리들의 옛 선인들은 어떠 했을까?
한지로 벽과 창호를 발라 습기를 머금었다 건조하면 뱉어 내게 하는 신통술을 부렸고, 밤이면 창살사이 부드러운 빛이 새어 나오게 했고, 한옥 대청마루에 앉아 무더운 여름을 이기려 바람을 일으키는 한지부채를 손에 들었던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부럽다.
 화살 보다 빠른 ‘변화’라는 화두를 이마에 붙이고 사는 21세기에 살면서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사치라 생각되지만 그런 마음을 놓고 싶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오늘의 ‘나’ 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고자하는 작업은 한지, 발광 다이오드 (LED, Light Emitting Diode)와 광섬유(Optical Fiber)이다.
 한지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소재인 것 처럼 느껴지지만 실상 현대 우리 주변에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소재이다.
한지의 색은 탈색한 흰색에서부터 자연색이나 자연 염색한 바탕지를 사용하여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려 하였고, 조각난 작은 패턴들은 큰 작업을 하고 남은 재료를 버리지 않고 사용하는 나의 습성에서 나온 것이다. 
 LED는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변환시켜주는 발광 반도체 소자로 이것의 특성중 하나는 낮은 소비 전력으로 큰 빛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조명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LED조명은 기존의 할로겐조명에 비해  1/10 정도의 전기세 밖에 나오지 않고, 교체주기가 길다. 그러나 조명으로 적당한 흰색의 고휘도 제품의 구현이 어렵고, 제조에 걸리는 비용이 흰색 전구나 형광등에 비교해 비싸기 때문에 현재는 간단한 램프 종류의 용도에 머물고 있으나 산업체와 학계에서 꾸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기존의 조명기구를 대체한다면 세상은 LED의 빛으로 가득 하리라 생각된다.
 최근 개발된 LED가 촘촘히 박힌 최첨단 우산 ‘트와이라잇 (Twilight)은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주고, 2009년 '스퀴드 런던(Squid London)'이 내놓은 새로운 모델은 물에 민감 하게 반응하는 신소재를 사용하여 맑은 날엔 흰색과 검은 색만이 나타나고, 비에 젖게 되면 각기 다른 밝은 계열의 색상들로 변신한다. 색온도에 따라 나타나는 변화는 정말로 다양하여 새로운 이미지 연출을 위한 진화는 무궁무진하다.

 광섬유는 고순도 석영으로 만든 유리섬유로 작은 공간에 빛을 보내는 등 많은 장점을 지녀 여러 분야 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잘 휘어지는 특성만을 이용하여 작업하였다. 한지, LED, 광섬유의 만남을 시도 하면서 소재들이 가지는 많은 가능성을 한 번에 보여주기 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빛은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이지만 인간이 필요로 하는 공간과 밤이라는 어둠을 보다 밝고 다양하게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 이러한 작업들을 하게하는 원천이 되었다.
 누가 어떤 소재를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은 달라지는데 현대인들이 유난히 건강, 환경하며 만들어 낸 ‘웰빙(Wellbeing)이라는 새로운 단어와 함께 생활에 그린디자인(Green Design)을 실현 할 수 있는 여지는 ∞로 나의 작업도 ∞로 펼치리라 내 스스로 다짐해본다.

 

2009. 07. 27